우리 부부는 둘 다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, 그래도 이 날이 좋은 건 내가 케이크를 만들 명분이 확실하고, 한 번 더 서로에게 감사한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, 카드도 써 주고(우리 둘만의 전통이라고 해야 할까, 특별한 날에는 항상 카드를 쓴다.), 괜히 나들이도 한 번 가고, 평소에는 잘 안 사 먹던 것도 사 먹으니 안 챙기면 서운한 날이다. 써 놓고 보니 의미만 안 둘 뿐 할 거 다 하네. 아. 대단한 선물을 서로 바라지 않는다. 나는 그래도 평소에 견물생심으로 사고 싶은 것들이 종종 생기는데, 남편은 물욕이 거의 없다. 책임감이 물욕을 이기는 스타일. 아무튼. 그런 사랑스러운 남편을 위해, 내 베이킹 욕구를 채우며, 그럼에도 귀찮기는 한 피곤한 몸을 데리고 케이크를 만들어 봤다. 가능한 간단하게..